마음이 편치 않은 시절이다. 신경 쓸 다른 일들도 많은데 16개월째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숫자에 따라서 일희일비한다. 친한 친구들도 만나기 꺼려지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불편한 것은 물론이다.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이 되기도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을 보면서 불안해지기도 하고,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들으며 바깥 출입시에 마음이 더욱 불편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울증도 많아진다고 한다. 인생살이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도 스트레스를 받은 환자분들이 많았다. 농사를 짓던 고향 친구가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은 분은 가슴이 갑갑해 죽겠단다. 2주전 고향에 갔을 때 만나기로 했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서 보지 못하고 왔던 친구였단다. 일찍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서 힘들게 지내던 어릴 적 친구를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심한 분이었다.
아들의 정신질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60대 후반의 여자환자분도 오셨다. 10여년 이상 한의원을 찾는 분인데 소화가 전혀 되지 않으시단다. 위와 대장에 음식물이 가득 차있어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다. 위장관을 움직이게 하는 침치료를 하니까 아주 편해졌다고 하신다. 증상은 좋아졌지만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불편해질 수 있는 환자다
원고를 쓰는 중에 전화를 하신 40대말의 남자 환자분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가족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은 분이다. 암이 전신에 퍼져 2개월 전부터는 통증으로 보행도 불편해진 상태이다. 뜸치료를 받으며 통증은 줄었지만 소화가 되질 않는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드니 소화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수험생들도 스트레스 질환에 시달린다. 수험생들의 소화불량이나 생리통은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스트레스와 몸의 반응>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긴장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어깨의 근육과 복부의 근육이 경직된다. 복직근 등 체표의 근육만 경직되는 게 아니라 내장기의 근육들도 단단하게 뭉치게 된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유연하게 꿈틀작용을 해야 하는 내장기가 뻣뻣해지니까 장운동이 제한되고 소화불량이 나타나게 된다. 식사 전후에 기분이 상해서 나타난 일시적인 긴장성 소화불량은 침 한 두 번으로 가볍게 치료된다.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속적인 침 치료나 탕약을 병행해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병증은 그에 맞춰 치료를 하면 되지만 스트레스원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는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걸 약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직장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사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해 그 얼굴을 보지 않아야 해결된다. 그걸 약이나 침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거기에 적합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스트레스는 기운을 울체(鬱滯)시킨다. 울체증은 도로에 장애물이 떨어져 나타난 교통체증 현상과 비슷하다. 도로에 큰 물건이 떨어져 있어(스트레스) 차로가 감소되고, 이로 인해 기운의 흐름이 막히는 병목현상(울체)이 나타난다. 차량은 줄지 않아 정체의 꼬리는 길어져 간다.
울체는 기가 움직이는 통로가 좁아져 생기는 것이므로 오래될수록 기운의 정체 꼬리가 길어진다. 울체로 인한 증상도 심해져 간다. 이런 체증을 완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은 뒤따라오는 차량을 주변의 길로 우회시키는 방법이다. 침으로 정체된 기를 다른 경락으로 빼내 주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회시키는 방법보다는 막히는 걸 지속적으로 보수해 길이 좁아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배수구에 문제가 있는데 비가 와서 집이 침수되고 있다면 물을 퍼내는 것보다는 막힌 구멍을 뚫는 게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다. 집안에서 차오르는 물을 방치할 수는 없다. 그대로 놔두면 가재도구가 모두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 침수되면 집도 무너질 수 있다. 당연히 물을 퍼내면서 배수구를 고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쉽지 않다. 우리 몸을 긴장시키고 기운을 울체시키는 스트레스원을 짧은 시간이라도 차단하는 게 좋은 스트레스 대처법이다. 탁구를 치는데 오늘 짜증나게 했던 상사의 말을 떠올릴 수는 없다. 날라오는 공에 집중해야만 한다. 피아노를 치는데 딴 생각을 할 수 없다. 악보를 보거나 암기한 악보를 생각해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명상이라 하면 심각한 표정을 짓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을 연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명상의 핵심은 집중이다. 모든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하나에 몰두하는 것이다. 명상 중에서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호흡명상이다. 모든 생각을 자신이 호흡할 때 배가 움직이는 곳에 집중하면 된다. 다른 생각을 멈추고 숨을 들이마실 때에 올라오는 배꼽과 내쉴 때 들어가는 배꼽을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 말로는 아주 쉬워 보이지만 처음엔 자기의 배꼽움직임에 10초 이상 집중하기 힘들다. 자꾸 딴 생각이 떠오른다. 다른 생각이 나도 가능하면 빨리, 다시 배꼽의 움직임에 의념을 다시 집중하면 된다. 하다 보면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정신도 맑아진다
.
스트레스로 울체된 기운을 퍼내는 방법으론 스쿼트 형태의 운동도 좋다. 스쿼트는 대퇴사두근을 강화시키는 방법이지만 조금만 변형시키면 기울로 인한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다. 요령은 발을 어깨 넓이로 선 후에, 발끝은 벌리지 않아야 한다. 발모양이 11자 형태로 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엔 앞으로 나란히 하는 동작을 하면서 무릎을 굽혀 엉덩이를 내린다. ‘앞으로 나란히’를 하는 것은 굽히고 내려갔을 때에 무릎이 발끝을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면 무릎관절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된다.
핵심은 호흡이다. 무릎을 굽히고 내려갈 때 숨을 깊게(흉식이 아니라 복식으로) 들이 마시고, 천천히 올라오면서 길게, 아주 길게 내뱉는다. 폐의 공기를 모두 다 뱉는다는 느낌으로 길게 천천히 내뿜는다. 한 번에 10회 정도 하루에 3~4회 정도 하면 된다. 수험생의 경우 부족한 운동도 보충할 수 있고, 답답한 가슴도 풀어준다.
어떤 형태로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고 실행해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저작권자©베리타스알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