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과 면역력

<암과 스트레스>

“위암 진단을 받기 4~5년 전에 한 달 이상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은 일이 있었나요”

소화장애로 내원한 40대 초반의 여자 환자에게 기존의 병력인 위암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렇다”는 짧은 답이 나왔다.

암환자를 볼 때마다 항상 하는 질문인데, 거의 모든 환자가 암으로 진단을 받기 5년 전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대답을 한다. 수 백 명의 환자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답한 경우는 60대 초반의 남자 환자 한 명뿐이었다.

‘5년’이라는 기간을 묻는 이유는 암세포 하나가 1cm까지 크는데 걸리는 평균적인 시간이고, 1cm 정도는 되어야 위내시경이나 유방암 촉진등으로 확실히 알 수 있다. CT도 1cm 단위로 찍는다.

<자율신경과 면역력>

면역력은 자율신경(自律神經, autonomic nerve)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으면 백혈구 중에서 ‘과립구’가 증가한다. 과립구는 백혈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세균들을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의 활동이 항진된다. 림프구는 음식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고, 암과 같은 이상세포와 싸우는 기능도 한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상황에 따라 달리 움직인다. 자율(auto)라는 말처럼 대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 몸을 상황에 알맞게 조절한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우리 몸의 오장육부는 알아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빨리 걸으면 심장이 빨리 뛴다. 평소에 “심장아 빨리 뛰어라”, “위장아 움직여라”라고 생각해도 장기들은 대뇌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몸의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음식물이 위로 들어와야 심장과 위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길항관계인 교감,부교감신경>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내장 기관에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 한 쌍이 분포해 있는데, 두 신경은 한쪽의 기능이 촉진되면 다른 쪽의 기능을 억제하는 길항 작용을 한다. 모든 신경절 뉴런의 말단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교감 신경의 신경절 이후 뉴런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 부교감 신경의 신경절 이후 뉴런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교감 신경이 흥분되어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호흡 속도 증가, 동공 확대 등의 반응이 일어나 몸이 긴장과 흥분 등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에 부교감 신경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 심장 박동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며 동공이 축소되는 등의 반응을 일으켜 신체를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오르내리는 리듬을 잘 살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긴장한 만큼 이완을 시켜주어야 한다. 위에서 예를 든 위암 환자는 교감신경이 과도로 항진된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된 탓에 암과 관련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교감신경 과항진의 현대사회>

현대인들은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이 되어있다. 낮에 열심히 일했으면 밤에 쉬어야 하는데 밤에도 뭔가를 하면서 12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우리 몸의 DNA에는 10시면 자게 프로그램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활동을 한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이 되어 있으면 간담(肝膽)의 맥이 빵빵해진다. 한의사들의 용어로 현(弦)맥이 뚜렷해진다. 당연히 어깨의 근육과 복부의 근육이 경직된다. 복직근 등 체표의 근육만 경직되는 게 아니라 내장기의 근육들도 단단하게 뭉치게 된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유연하게 꿈틀작용을 해야 하는 내장기가 뻣뻣해지니까 장운동이 제한되고 소화불량이 나타나게 된다.

자주 접하는 스트레스도 교감신경을 항진시킨다. 고부간의 갈등, 사업의 문제, 직장 상사와의 갈등, 수험생의 스트레스도 교감신경을 필요 이상으로 활성화시킨다.

설사와 변비가 오가는 과민성대장 증상으로 고생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당연히 교감신경의 과항진이 문제이다. 과민성대장증상만 있을 리가 없다. 교감신경이 과항진되면 불안감이 강하게 나타난다. 모든 원인을 주변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고 화를 잘 내게 된다. 흥분되어 있으니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평소보다 상승하게 된다.

활동은 많이 하는데 몸이 이완되지 못하고 휴식이 부족하니 당연히 피로가 쌓이게 된다. 몸이 정상적으로 만들어 내는 에너지 보다 소모를 많이 하는 셈이니 체온도 내려가 수족냉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증상을 양방에선 자율신경실조증이란 표현을 하고, 한방에선 상화(相火)나 기울(氣鬱) 등으로 진단한다. 상화는 스트레스 등으로 교감신경이 과항진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고, 기울은 상화로 인한 몸의 변화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자율신경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려면 생활의 리듬을 잘 지켜주어야 한다. 낮에 열심히 일을 했으면 밤 12시 이전엔 꼭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수면시간도 7시간 이상으로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긴장한 만큼 풀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잠들기 전에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부교감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심호흡도 부교감신경을 강화시켜주는 방법이다. 핵심은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하는 것이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코로 깊숙이 숨을 들여 마신 뒤, 입으로 천천히 내쉬는 호흡을 10회 이상 하면 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적절한 휴식과 이완은 현대인의 질병예방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