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한족열

“공부를 하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멍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불안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학생들과 상담 중에 자주 듣는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할 때나, 시험을 볼 때에 머리가 따끈거릴 정도의 열감이 느껴진단다. 머리를 식히려고 손을 이마에 대기도 하고 세수를 자주 해보지만 머리의 열은 해결되지 않는다. 큰 불편이 없을 정도라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머리는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 머리에 열이 있으면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기계도 과열되면 문제가 발생되듯이 머리도 뜨거워지면 집중력, 기억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도 있다. 머리쪽은 차고 다리는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수험생에겐 머리가 좋아지려면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머리는 뜨거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머리는 열을 받는다. 머리의 에너지 사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인체에서 머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20% 가까이 된다. 평소에 이 정도니 공부를 열심히 할 때엔 머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더 많아진다. 별로 움직이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해도 쉬 배가 고파질 정도다.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니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시험을 보고나면 머리가 뜨끈거릴 수 밖에 없다.

머리의 구조적 특징도 문제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이므로 두꺼운 뼈로 단단하게 보호되는 만큼 열도 빠져나갈 구멍이 별로 없다. 안에서는 열이 많이 나는데 열발산을 할 통로가 마땅치 않으니 머리 속은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수능을 볼 당시에 가장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었던 과목이 수리탐구II(과학과 사회) 영역이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머리가 과열되는 느낌 때문에 괴로울 정도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시간 외국어 시험을 대비해서 말 그대로 머리를 식혀야만 했다.

집중하다 보면 정수리 부분이 너무 뜨거워져 계란후라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는 고시생도 보았다. 공부를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체온을 재보면 정상이었지만 본인이 느끼는 괴로움은 굉장히 컸다. 머리의 열을 식혀주는 한약을 복용한 뒤에 집중력이 되살아 났다며 감사의 전화를 주기도 했다.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머리을 식히기 위한 다른 방법을 고안해 볼 수도 있다. 내 경우엔 수험생활 시에 머리가 뜨거워질 때에 사용하는 아이디어 상품을 써 본 적도 있다. 이마에 닿는 부분을 금속 조각으로 연결해 놓은 머리띠였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사용하면 머리가 아주 시원해서 좋았지만 공공장소에선 남들의 이목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고 독서실에서나 가끔 사용했었다.

이런 방법도 좋겠지만 기구를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적당한 간격으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심호흡을 하면 더욱 좋다. 일어서서 무릎을 약간 구부린 자세에서 등을 곧바로 세운 뒤 눈을 지긋이 감는다. 이 상태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 머리의 열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은 1~2분 정도면 충분하다.

수험생들은 머리를 많이 쓰는데다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어 몸에 열이 더 많아진다. 템포가 빠른 음악도 기운을 위로 몰리게 한다. 운동부족으로 인한  하체부실도 상체로 혈액순환이 집중되게 하는 원인이다. 그래서 수험생들에겐 보다 근본적인 대책 즉 운동이 필요하다. 상체로 열이 몰리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하체의 혈액순환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적당한 산보, 조깅, 줄넘기 등 하체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은 뭐라도 좋다. 기공을 하는 분들도 하체운동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하체가 부실한 상태로 단전호흡이나 기공 등을 하면 몸 전체의 기혈순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정신작용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운동을 하기 어렵다면 하체의 혈액순환을 돕는 목욕도 좋은 방법이다. 목까지 담그는 전신욕 보다는 명치정도까지 잠기게 하는 반신욕이 하체순환을 돕는 좋은 목욕법이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반신욕은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추천하던 건강관리법이다. 머리는 차게, 팔다리는 따뜻하게 해야 좋다는 두한족열의 원리에 충실한 목욕법이기 때문이다.

반신욕은 어느 체질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신욕의 경우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땀을 많이 흘리면 좋지 않은 소음인들에겐 부담이 된다. 하지만 반신욕은 몸으로 들어오는 열이 전신욕보단 적어서 소음인, 소양인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소음인은 이마에 땀이 조금 맺힐 정도만 하는 것이 좋고, 소양인은 10분 전후만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반신욕을 하는 방법>

  1. 체온보다 조금 높은 38~40℃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욕조에 받는다.
    2. 욕조에 들어가기 전 따뜻한 물을 발과 다리에 뿌린다.
    3. 욕실이 춥다면 욕조에 물을 미리 받아 공기를 데워 놓는다.
    4. 욕조에 앉아 가슴 아래까지만 물에 담근다.
    5. 상체가 춥다고 느껴지면 10초 가량 잠깐 어깨까지 담가준다.
    6. 10~30 분 동안 반신욕을 한다.
    7. 물이 식으면 더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온도를 맞춘다.

 

 

반신욕을 하기 어려우면 다리만 따뜻한 물에 담그는 각탕을 하는 것도 좋다. 40도 정도의 물이 복숭아뼈 위로 10~15cm 정도까지 차게 만들고 20분 정도 있으면 된다. 특별한 기구를 살 이유도 없다. 발이 들어가 불편하지 않은 양동이 2개면 충분하다. 하체를 따뜻하게 만들어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란 측면에선 반신욕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목욕탕에 가면 반신욕을 하지만 집에선 반신욕 보단 각탕을 더 즐기는 편이다. 옷을 벗지 않아도 되고 별 준비없이 간단하게 하체순환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각탕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장점이다.

다만 물의 양이 적어 온도가 쉽게 내려가므로 10분이상 각탕을 할 때는 물을 한 번 갈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