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호흡의 중요성

눈을 떴을 때, 바로 앞에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의 여선생 눈과 마주쳤다. 서로 당황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열심히 관찰하다 학생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친 여선생은 멋적은 듯 먼저 머리를 돌렸다. 1m도 안 떨어진 코 앞의 거리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와 마주친 나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할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부족한 수능언어 영역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능 첫시간 언어영역 시험을 보다 겪은 일이다. 교탁 바로 앞자리에서 눈에 띠는 행동을 한 셈이었다. 나로선 모의고사 시험때부터 항상하던 행동이었지만 그 선생님은 시험보다 말고 눈감고 조용히 앉아있는 학생이 이상한 놈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바로 심호흡을 하다 생긴 일이었다.

 

<산소 공급과 머리>

머리가 쓰는 산소량은 몸의 다른 부위가 사용하는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면부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전체의 30%에 가까울 정도다. 평상시에 이 정도니 두뇌를 많이 사용하며 공부를 할 때는 더 많은 산소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머리 속이 멍하게 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의학적으로 호흡이 정지된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이 바로 뇌세포의 파괴현상이다. 심장이 정지되어 혈액을 통한 산소공급이 정지되면 3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다른 장기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좀 오래 견딜 수 있지만, 뇌는 3분이 넘으면 뇌세포 파괴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뇌의 활동과 산소공급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부를 하는 도중에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공부효율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나빠질 수도 있다. 머리를 숙이고 양팔을 앞으로 낸 보통 학생들의 공부자세는 늑골(갈비뼈)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폐의 호흡활동을 저해한다. 당연히 산소공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공부할 때엔 그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지만 시험과 같이 머리를 과도하게 쓰는 상황에선 두뇌의 산소결핍 상황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수능시험은 짧아도 90분 이상이다. 처음 10~20분 동안엔 별 문제가 없지만 시험시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시험도중에 30분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지긋이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아랫배로 심호흡을 했다. 5~6회 심호흡을 하는 시간은 30초 정도. 2시간 시험을 보더라도 3회, 1분 30초 밖에 안 걸린다. 그 효과는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뜨거워진 머리가 식는 느낌이 든다. 머리도 맑아지고 잠깐 잠을 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산뜻해진다. 이렇게 잠깐 동안 하는 심호흡으로 시험점수가 몇 점은 올라갈 수도 있다.

평소에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머리가 맑아지고 효율이 높아진다. 머리가 좋아진다.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더라도 흉식호흡 보다는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 두 방법 모두 폐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에선 같다고 볼 수 있지만 효과에선 많은 차이가 난다. 먼저 복식호흡을 하면 과도하게 긴장된 어깨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복식호흡을 하려면 허리를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체의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호흡을 하면 반대로 승모근, 사각근 등 어깨와 목의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복식호흡을 하면 뇌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은 물론이고 척추까지 채워져 있는 체액이다. 보통 머리와 척추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결된 하나의 공간이다. 그래서 뇌막염을 진단할 때에 머리를 뚫고 체액을 빼낼 필요가 없이 척추에 작은 구멍을 뚫어 뇌척수액을 뽑아내 균배양검사 등을 하는 것이다.

이 체액이 정체되지 않고 자연스런 순환이 이루어져야 머리가 맑아진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체액도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탁해지기 마련이다. 뇌척수액이 탁해지면 머리회전이 잘될 리가 없다. 머리가 나빠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뇌와 척추의 구조는 순환이 잘 안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뇌가 위치한 공간은 풍선처럼 크지만, 연결된 척수가 차지하는 공간은 작은 관의 구조다. 콩나물과 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속의 공간에선 내부순환이 잘 이뤄지지만 콩나물 꼬리 모양의 작은 관 끝부분 까지는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뇌척수액의 순환을 중요하게 보는 크래니얼테러피(두개치료)에선 호흡과 뇌척수액의 순환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숨을 들여 마실 때는 두개골의 약간 넓어지고, 복부의 압력이 높아져 척수액이 뇌쪽으로 올라간다. 숨을 내쉴 때는 두개골이 좁아지고 복부의 압력도 줄어들어 척수액이 다시 내려온다고 본다. 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기 위해선 흉식 호흡보다는 복부의 압력을 이용한 복식호흡이 좋다는 것이다.

 

복식호흡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요가, 단전호흡, 기공 등 어떤 마음수련 단체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호흡법이다. 그것도 복식호흡을 강조한다. 배꼽밑의 단전이라는 부위로 숨을 쉬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자기의 마음 상태를 살피거나 명상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마음이 편해진다. 잠시 심호흡을 하는 동안이라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는 떨쳐버릴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보아도 복식호흡이 중요하다. 복식호흡은 임독맥의 기순환에 도움이 되는 호흡법이다. 임맥은 입에서부터 가슴과 배의 정중앙을 거쳐 항문까지 흐르는 경락이고, 독맥은 항문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가 두개골 정중선으로 따라 흐르고 코의 바로 밑 인중이라는 곳에서 끝나는 경락이다. 이 두 경락이 잘 흐르면 나머지 12개의 중요한 경락의 기순환이 원활해진다. 임독맥이 나무의 줄기라면 12개의 경락은 나무의 가지라고 말하는 한의사도 있을 정도로 임독맥이 중요하다.

심호흡을 할 때에 자세를 제대로 취하는 것이 좋다. 허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공부할 때에 구부정한 자세로 있던 허리를 똑바로 세워볼 기회라고 생각하고 허리를 바로 세운다. 그 다음 눈을 지긋히 감고 상체에서 힘을 뺀다. 상체에서 힘이 빠졌나를 점검할 수 있는 부위는 어깨다. 어깨를 툭 떨어뜨리는 기분으로 한 번 움직여 보면 상체가 완전히 이완됐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호흡하기. 요령은 들여 마시기 보다 내쉬기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다. 천천히 고르게 숨을 내쉰 후에 숨을 들여 마신다. 이 때에 배꼽밑의 배가 움직이고 있나를 살피면 된다. 처음부터 배꼽 밑의 단전으로 숨을 쉬기는 어렵다. 배꼽부위가 움직이는 것만 해도 성공이다.

내쉬는 시간이 들여 마시는 시간 보다 길게 해야 한다. 이 때에 자기가 숨을 쉬고 있는 행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찰해도 좋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에 마음을 집중시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쉬는 시간 동안 잠깐 하는 심호흡이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도 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증진의 효과도 있다. 물론 머리도 좋아지고 성적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