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소화불량

 

“가스가 찹니다. 속이 답답해서 공부가 잘 안돼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두 달이 넘으니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아침이면 아랫배가 살살 아프고 변도 설사처럼 나옵니다. 시험을 앞두고는 증상이 심해져 화장실에 두 번은 다녀와야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돕니다.”

수험생들은 여러가지 소화기 문제를 호소한다. 단순한 위염도 있지만 과민성 대장증상, 만성소화불량 등도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이런 증상들은 학년이 높아 갈수록 심해진다. 그 중에 소화불량이 공부장애 질환중 6위에 올랐다.

공부에 찌들리지 않고 마음껏 놀 수만 있어도 소화불량은 대부분 해결된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운동부족 때문에 소화기에 문제가 생긴다. 운동을 해서 뱃속의 장기들이 적당히 자극받고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실정이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소화기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한의학에선 ‘생각을 많이 하면 비위를 상한다’는 말이 있다. 머리를 많이 쓰다 보면 혈액이 머리쪽으로 몰리고 소화기엔 덜 공급된다.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라는 상황은 한의학적으로 간의 기운이 잘 돌아가지 않고 뭉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한다. 간기가 울결되면 소화기 즉 비위(脾胃)의 기능은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소화가 안되는 이유다.

<소화기 질환>

학생들이 호소하는 소화기 장애도 여러가지다. 가장 많은 것은 만성 소화불량.

점심식사 후에 수업을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속이 더부룩하기도 하고 트림도 많이 난다. 집에서 먹는 것은 소화가 잘 되는데, 이상하게 학교에서는 기분 좋게 먹는데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소화제를 먹어도 그때뿐 증상이 반복되긴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이 오래되면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까지 저하돼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있어도 학생이나 부모님들은 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학습의 효율을 위해서도 가능하면 빨리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원인으론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간질환도 있다. 하지만 내시경등으로 이 같은 질환이 확인되지 않아도 여전히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소화기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소화기의 기능이 저하되면 메슥거림이 나타난다. 한방에서 말하는 습(濕)으로 인해 메슥거림이 나타나고 차멀미가 심해진다. 가스가 차고 더부룩하며 뱃속이 갑갑한 것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이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고 한방으로 아주 잘 치료가 되는 유형이다.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소화기에 염증이 발생, 소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염이다. 가벼운 위염은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많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음식은 짜고 매운 것이 많아 염증부위를 계속 자극해 염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불규칙한 식사습관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들의 생활은 위염의 악화 요인이 된다. 자주 체하고 구토와 두통 등이 동반되면 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상복부 즉 명치 아래의 넓은 부위가 아프고 불쾌한 느낌이 반복, 지속된다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복부의 문제는 물론이고 두통까지 찾아온다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 학습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염증이 진행되면 소화기의 점막이나 점막하 조직 이상까지 침범하는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궤양은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는데 가장 많은 것이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이다. 위궤양은 성인에게 많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학생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 질병이다. 십이지장궤양은 40대까지 주로 젊은 남자층에 많이 나타난다.

위궤양은 상복부에 타는 듯한 느낌이 있고 속쓰림, 신트림, 팽만감도 나타난다. 주로 식후 30~60분에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헐은 위벽을 소화액이 자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위의 소화액은 강산성이므로 그 자극이 매우 강해 나타나는 증상도 심하고 치료가 쉽지 않다. 십이지장궤양은 위의 마지막부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부위에 나타나는 궤양이다. 이 부위를 지나가는 음식물은 여전히 강한 산성이어서 그 통증이나 자극도 강하다. 통증은 배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견갑골(날개죽지뼈)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위궤양의 경우 양방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이롤리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스트레스가 많고 식습관이 불규칙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또한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 아스피린, 소염제 등의 약물 등이 위험인자이다.

궤양은 그 자체 증상으로도 문제이지만 합병증에 유의해야 한다. 십이지장궤양의 경우 절반 정도가 장출혈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는 빈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 더 진행되면 장에 구멍이생기는 장천공도 나타날 수 있다. 소화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변이 검게 변한다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나 장에서 출혈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출혈은 응급상황으로 보아야 할 정도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장천공이나 맹장염 등으로 복막염이 나타나면 응급실로 뛰어가야 한다.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배를 누를 때에 아프지 않으나 누른 손을 뗄 때에 아프면 복막염 상황일 수 있다.

지난 여름 한의원에 자주 왔던 남학생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상황을 들어보니 토한 내용물에 피가 섞여 있고, 배를 눌렀다 뗄 때에 통증이 나타났다. 응급상황이 두 개나 겹친 것이어서 무조건 응급실로 보냈다. 이 학생은 응급실에 도착한 후 두시간 만에 맹장수술을 했다.

<한방치료>

소화불량이 오랫동안 개선이 되지 않으면 한의원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체했을 때나 침을 쓰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능성 소화불량에도 침구치료의 효과가 탁월하다. 명치밑에서 배꼽사이에 위치한 중완 하완 발에 있는 태충 족삼리, 손에 있는 내관 합곡이 기본적으로 쓰이는 혈자리다. 뜸을 이용한 치료도 소화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명치와 배꼽의 가운데에 있는 중완혈에 뜸을 뜨거나 발의 족삼리혈에 뜸을 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쑥을 쌀알 크기로 말아서 혈자리에 직접 화상을 입히는 직접구가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직접구는 흉터가 잡힐 수 있으므로 여학생들은 흉터가 안잡히는 간접구를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침구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기 어렵다면 약을 쓰기도 한다. 체질과 증상을 잘 판단해 평위산이나 이중탕, 소시호탕, 지출환, 보중익기탕 등의 처방을 쓰면 소화불량은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치료도 한방의 장점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아주 심해져 나타나는 화병이 한방 치료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밥을 먹으면 잘 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방에서는 간의 기운이 왕성해서 비장의 기운을 누를 때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고 치료를 한다. 스트레스는 간기에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소화기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위염 등의 간단한 질환도 한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위산을 중화시키는 모려, 해표초 등의 약물을 증상에 맞추어 처방하면 잘 치료가 된다.

<운동과 자가치료법>

소화기의 기능이 저하된 기능성 소화불량엔 운동이 좋다. 운동부족으로 장의 움직임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소화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운동을 촉진시켜줄 수 있는 운동으론 줄넘기, 훌라후프, 조깅등이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쉬운 치료법으론 복부맛사지가 있다. 환자를 눕혀놓고 배를 시계방향으로 문질러 주면 된다.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배를 쓰다듬어 주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환자본인이 손끝으로 배를 깊숙하게 눌러주는 방법도 장기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 두 손끝을 모아서 명치아래를 3~5회 천천히 깊게 누르고 차츰차츰 내려가며 배꼽 밑까지 눌러준다. 그 다음으론 명치 양 옆으로 5cm 떨어진 부위를 동일한 방법으로 눌러주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너무 깊게 누르려고 하지 말고 배의 힘을 뺀 상태에서 천천히 눌려줘야 한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일 때는 치료방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학생에겐 수험생활 자체가 스트레스다. 게다가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해결책이 나오기 힘든 것이다. 각자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학생은 혼자 노래방에서 한 시간 정도 악을 쓰면서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기도 한다. 주말에 농구나 축구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도 있다. 친구들과의 수다나 음악감상 등도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민간요법>

무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겨울철엔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것도 좋고, 다른 계절에는 무즙을 마시는 것도 좋다. 한방에선 무우씨를 소화불양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신트림이 올라오고 속이 쓰린 염증이 있을 때에는 오징어뼈(해표초)를 가루내어 따뜻한 물로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에 열이 많은 사람들의 소화불량엔 알로에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명치밑이 갑갑하고 변비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늘한 성품의 알로에를 먹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단 처음부터 많이 복용하지 말고 적당량을 먹으면서 자기에게 맞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알로에는 소양인의 소화불량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소음인의 소화불량은 악화시킬 수 있다.

위염이나 위궤양엔 양배추즙이 효과적이다. 스탠포드 의대의 체니 박사가 50여년 전에 양배추즙으로 위궤양 환자 65명중 62명을 고쳤다고 보고하기도 했다.단 양배추의 맛이 강하므로 당근 샐러리 등과 함께 녹즙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