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탐구방법은 아주 명확합니다.
문제의 인식 → 가설의 설정 →실험설계 및 수행 → 결론도출이라는 과정입니다. 물론 가설이 검증되지 않으면 피드백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과학이론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임상에도 위의 과학적탐구방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임상에서 자주보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먹구름이 낀 것처럼 맑지가 않아요.” 50대 초반의 여자환자가 두통을 5년 째 달고 산다고 호소했습니다.(문제의 인식)
당연히 맥진부터 시작했지요. 간과 담경락의 맥에 열이 심하게 차있고, 소장과 심경락도 열이 있었습니다. 열로 인한 두통이라고 생각하고 문진을 통해 진단이 정확했는지 검증했습니다.(가설의 설정)
“평소에 오후가 되면 눈이 빡빡해지는 증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니 “오후 5~6시 정도만 되면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불편해진다”고 답했습니다. 이 정도만 되면 치료방향은 거의 잡힌 셈입니다. 맥으로 찾아낸 열증을 다시 확인해 주는 안삽(眼澁) 증상이 있으니 머리부위의 열을 빼주는 치료를 해주면 증상은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입이 쓰진 않나요. 짜증을 잘 내는 편이지요. 머리에 땀이 많지요.” 이런 질문들은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이유는 환자가 치료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환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느냐고 감탄하는 걸 보면 기분도 좋고…
진단이 끝났으면 다음은 치료 차례입니다. 각종 검사를 하고 병명을 정해준 다음에 치료를 못한다면 그건 의학이 아닙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원인파악도 하지 못하고 진통제만 던져주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돌팔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맥으로 볼 때에 간담 경락의 열이 가장 심했으니 담열을 줄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간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간의 음이 크게 손상되진 않은 것으로 보고 담경락을 선택했지요. 소장과 심경락의 열은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침법 중에 담의 열을 뺄 때에 소장의 열을 같이 빼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성한 침법이 있습니다. 한의사들이라면 모두 아는 사암침의 담승격입니다.(실험설계 및 수행) 자주 오기 힘든 분이라고 해서 약도 처방했습니다. 침치료 후 두통이 현저히 줄은 것을 보고 담열 등 두면부의 열을 잘 처리하는 ‘시호가용골모려탕’에서 대황을 빼고 다른 약재 2가지를 추가했습니다다. 이 환자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 5년 묵은 두통을 3회 치료에 끝냈습니다. 위의 환자 두통의 주원인이 담열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지요.(결론도출)
저는 임상에서 항상 위의 과정을 거칩니다. 현대과학의 탐구방법을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시켜 진단과 치료를 합니다. 처음에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가설을 세우고 환자들에게 여러 번 침을 놓았지요. 익숙해 지면서 대부분 한 두 번에 병의 원인을 팍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료를 하는데 누가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한의학은 너무나도 과학적인 의학입니다. 언제라도 제 진료과정을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