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아침에 배가 사르르 아프고 속이 부글거리다 대변을 보고 나면 좀 편해진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도 다시 대변을 보고 싶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시험때만 되면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설사 때문에 아니면 설사와 변비를 오가는 증상 때문에 불편합니다. 가뜩이나 시험 때문에 신경이 예민한데 화장실을 오가다 보니 짜증스럽기만 하지요. 배변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뱃속이 불편하고, 복통이 나타나기도 하고 메슥거림, 식욕부진, 트림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입니다.

공부에 가장 장애가 되는 질환중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병이 과민성대장증후군입니다. 하지만 발생기전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병명이 붙은 것이 아니라 증후군이라고 불립니다. 증후군이란 함께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이 있지만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은 것. 즉 과민성대장증후군이란 대장이 예민해져 있는 여러 증상들은 나타나지만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병이란 뜻입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치료도 만만치는 않다.

<원인과 치료>

대부분의 병을 바라보는 양한방의 시각엔 큰 차이가 있지만 과민성대장증상에 대해선 아주 비슷한 분석을 합니다. 먼저 스트레스 등의 정서상 문제에 의해서 과민성대장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양방에선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방에선 스트레스 때문에 간의 기능에 문제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비위에 문제가 생겨 과민성대장증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한의학용어론 간비불화(肝脾不和)입니다. 평소보다 더 긴장되는 상황인 시험때에 과민성 대장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엔 양쪽 갈비뼈 밑이 갑갑하거나 아프고, 복부도 빵빵해집니다.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슴이 갑갑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며 화가 잘 나기도 합니다.

양방에서 정신을 조절하는 약을 쓰듯이 한의학에서도 용골이나 모려 등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계지가용골모려탕이나 시호가용골모려탕 등이 과민성 대장증상에 자주 사용되는 처방입니다. 한방에선 이 원인이 과민성대장증상의 절반정도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양방에선 기능적 소화기 장애도 과민성대장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원인을 한방적인 용어로 풀이하면 비위기허(脾胃氣虛)이지요. 소화기를 대표하는 비와 위의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비의 기가 허할 때엔 안색이 누렇고, 피로하며 기력이 부족해 말소리까지 느려집니다. 밥맛이 없어지고 식후에 비정상적으로 배가 불러 불편한 증상도 나타납니다. 위의 기가 약해지면 상복부에 통증이 나타나고 속이 메슥거리고 토하기도 합니다. 소화가 안되고 딸꾹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비기허증이 주원인일 경우엔 사군자탕, 육군자탕, 삼령백출산 등을 응용해서 사용하고, 위기허증이 문제가 될 때에는 황기건중탕 등을 사용해서 치료합니다.

비위기허증이 오래되면 비신양허증으로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때의 증상은 변비와 설사가 오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경우 간비불화나 비위기허의 경우엔 설사나 설사와 변비가 오가는 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는데 비신양허의 경우엔 설사만이 나타난납니다. 증상이 오래 진행되어 체력이 더욱 떨어진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고, 허리와 무릅이 시리고 아픈 증상도 나타납니다. 소변의 색도 맑아집니다. 어지럽고 이명이 생겨나는 것도 신양허의 증상입니다.

수험생들이 이 정도의 증상까지 느낀다면 지나치게 무리해서 체력이 고갈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공부보다는 건강회복이 먼저인 상황입니다. 신기환이나 우귀환 등의 처방을 씁니다.

<음식>

과민성대장증상은 장의 기능이 과잉 항진되므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당연히 장을 자극하는 음식물을 삼가는 것이 좋지요. 어떤 학생은 계란을 먹으면 설사가 심해지기도 하고, 삼겹살을 먹으면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유 등의 유제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과민성대장증상이 많은 태음인들에겐 설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홍차, 녹차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도 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콩을 먹으면 가스를 많이 생기는 사람들은 당연히 콩도 피해는 것이 좋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모니터 하는 것입니다. 매끼마다 섭취한 음식과 증상의 호전, 악화를 2주 정도만 기록하면 피해야 할 음식들이 대부분 가려집니다. 남들에게 좋다는 음식이 자기에겐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약물복용과 여자들의 경우 생리주기와 증상변화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커지면 과민성대장증상이 심해집니다. 중간고사, 학기말고사가 다가오면 화장실 가는 회수가 늘어납니다. 친구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빠져도 대장 상황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렇다 쳐도 수험생이 학습스트레스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대학 합격증을 받아야만 고등학교에서의 학습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스트레스 대처양식에 따라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달라지고 과민성대장증상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놓아야 합니다. 수능과 같은 큰 시험을 보는 중간에 화장실에 뛰어갈 수도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대장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뇌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머리가 경직되고 당황하게 된데다가 화장실 문제까지 발생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명상, 단전호흡, 심호흡 등이나 체계적인 긴장완화훈련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예민하다면 고3 막판이 되어서야 대책마련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고1,2 때부터 스트레스 대처법을 익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